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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 영화 '보고타' 잃어버린 낯선 곳에서 피어난 이야기

by 탱이염 2025. 3. 22.

보고타

낯선 곳에 서본 적 있나요? 내가 말하는 걸 아무도 이해 못하고, 내 얼굴을 낯설게 바라보는 곳. 영화 '보고타'는 그런 공간에서 시작돼요. 익숙한 걸 모두 잃고,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살아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 그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애써 외면해온 '이민자'라는 단어가 깊이 박혀 있어요.

이 영화는 송중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되지만, 그냥 ‘연기 잘한 영화’라기엔 아쉬워요.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마음이 무거웠어요. ‘왜 이런 이야기에는 우리가 더 귀 기울이지 못했을까’ 하는 미안함이랄까.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어요.

 

🎥 영화 '보고타'가 태어난 배경

‘보고타’는 김성제 감독이 실제 한국인의 이민 역사를 보고 시작한 작품이에요. 1990년대, 우리 사회는 IMF라는 거대한 충격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삶의 기반을 잃었죠. 어떤 가족은 캐나다로, 미국으로, 그리고 콜롬비아로 갔어요. 생존이라는 이름 아래예요 

그 중 ‘보고타’라는 도시는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어요. 남미의 복잡한 정치, 범죄, 경제적 불안 속에서 한국 이민자들은 또 하나의 이방인이 되었죠. 영화는 그곳에서 살아야 했던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세상의 날카로운 면을 그대로 보여줘요.

이 영화는 2020년 초 콜롬비아에서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고, 송중기와 스태프 모두 귀국해야 했어요. 그 후 몇 년의 시간 동안 영화는 잠들어 있었죠. 그런데 다시 힘을 내어 완성됐어요. 마치 주인공 국희처럼요.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 줄거리, 그 안의 숨은 이야기들

줄거리는 단순해요. 국희는 가족과 함께 콜롬비아로 이민을 오게 돼요.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잘 안 통해요. 그는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남으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요. 그곳엔 이미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들이 가득했고, 경쟁은 더 치열했어요 

국희는 점점 상인의 세계, 아니 어쩌면 범죄의 세계에 가까운 쪽으로 발을 들이게 돼요. 그렇게 그는 살아남아요. 말 그대로 살아만 있어요.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그저 버티며… 점점 차가워지는 인물로 변해가요.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이 이야기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국희가 잘못된 길을 가기도 하고, 누군가를 밀쳐내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를 비난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요. 그 세계에서는 착하게만 살아선 살아남을 수 없었거든요.

 

👥 송중기와 인물들의 내면

송중기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정말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요. 그동안 봐왔던 그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예요. 밝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아요. 말도 별로 없고, 웃음은 더더욱 없죠. 대신 눈빛으로 연기해요. 한 장면, 한 시선에서 너무 많은 감정이 느껴졌어요.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도 현실적이에요. 경쟁자였지만 같은 배를 탄 이민자, 말없이 가족을 감싸려다 무너진 아버지, 현지인들 속에 숨은 폭력들. 누구 하나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모두 이 사회 어딘가에 정말 존재할 것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 내가 영화에서 느낀 것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무너진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하지만 때로는 사랑보다 생존을 먼저 택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저는 그게 너무 먹먹하게 다가왔어요.

가끔씩 영화 속 국희가 너무 나 같았어요.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느낌, 말 한마디가 무거운 느낌,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 외로움. 그런 감정들이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어요.

 

🌍 콜롬비아 풍경과 영상미

보고타라는 도시를 이렇게 생생하게 본 건 처음이에요. 해발 2,600m. 흐린 하늘, 먼지 낀 건물들, 사람 냄새 나는 시장통. 거기는 누가 봐도 ‘낯선 곳’이었고, 동시에 ‘현실’이었어요. 말하자면 영화 속 배경도 주인공이었어요 

카메라는 인물에 너무 가까이 붙지 않아요. 대신 도시와 사람 사이의 거리를 보여줘요. 그게 이 영화의 정서였던 것 같아요. 가까워지지 못하는 사람들,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 거리감이 더 마음을 아프게 만들어요.

 

🧭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보고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질문을 남겨요. 나는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밟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을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들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국희는 말해요. "여기가 지옥이라면, 한국은 어디였을까?" 이 대사가 참 오래 남더라고요. 우리가 떠나온 곳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도… 어쩌면 모두가 자신만의 지옥일 수 있다는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살아야 하잖아요. 버텨야 살아가니까요